도래인의 자취가 남아있는 고마신사(高麗神社)-사이타마현 히다카시
일본의 고대사는 도래인을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야요이 시대부터 헤이안 시대까지, 고대 일본의 틀을 닦은 한 축에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이 있었다. 이들이 1500년 전 고국을 떠나 바다 건너 일본에 간 이유를 모두 알 수 없지만, 당시 분열되었던 삼국시대를 생각해 본다면 정치적 이유로 건너간 이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 정쟁에서 패배한 귀족들, 삼국 간의 영토 분쟁에서 기반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난민으로서 건너간 곳이 바다 건너 일본이었다. 이들의 흔적은 대부분 야마토 조정이 있었던 일본 서부(규슈 및 오사카 교토의 긴키 지방)에 있지만, 관동 지방에도 도래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 있다. 마지막 고구려 왕자가 망명했다고 알려진 사이타마 고마군이다.
고마신사와 승락사
고마신사
고마신사는 고려신사라고도 불린다. 고구려 보장왕의 아들인 약광을 신으로 모시고 있다. 기록의 정확성은 의심되지만, 일본의 역사서인 속일본기에 따르면 고구려 왕자 약광이 약 1799명의 고구려 유민들을 이끌고 716년에 현재의 사이타마에 정착했다고 한다. 고구려가 멸망한 것이 668년이니 약간의 시간차는 존재한다. 일설에 따르면, 고구려 멸망 이후 일본 전국에 흩어져 있던 고구려인들을 모아, 사이타마에 정착한 것이라고 한다. 당시 사이타마는 일본에서는 변방이었다. 외국 출신의 대규모 집단은 정치적 불안의 요소이기도 하니, 이들을 모아 변방을 개척하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실제로 히다카 일대는 지금도 엄청난 시골이다. 도쿄에서도 도쿄역 기준으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나라를 잃고 이런 변방으로 흘러든 고구려 유민들의 심정이 어떨지 생각해 보면서 신사를 둘러보았다.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듯, 신사 앞에는 돌로 만든 장승이 있다. 원래는 목조 장승이었던 것을 민단 측에서 자동차 사고로 훼손된 이후, 석조로 조성했다고 한다.
고마신사는 출세 신사로도 유명하다. 대부분의 정치인들과 왕족들이 찾는 신사라고 한다. 도쿄에서 시간이 남는다면, 도래인의 발자취를 찾는 겸, 출세를 기원해 볼 겸 잠깐 들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승낙사
고마 신사의 옆에는 승낙 사라고 불리는 작은 절이 있다. 이곳은 약광의 무덤이 있는 절이다. 절 자체는 작지만, 교토나 도쿄의 관광지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절 입구 근처에 약광의 묘로 전해지는 무덤이 있다. 망국의 왕자로서 바다 건너 타국에 묻힌 걸 생각하니 뭔가 쓸쓸했다. 하지만 이 고구려 유민들 덕분에 관동지방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곳 고마군(현 히다카시)에서 집성촌을 이루며 고구려의 문화를 어느 정도 지키며 살아갔다.
일본 속 고구려, 일본속 우리의 흔적이 궁금하다면, 이곳 고마신사와 승낙사를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도쿄에서 가는 법
JR을 이용한다면 다음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 도쿄역 출발(중앙선 오메행 특급)
- 하이지마역 하차
- 하이지마역에서 하치코 선 승차(하치코 선 가와고에행)
- 고마가와 역 하차
- 고마가와 역에서 도보 20분
도쿄역 기준으로 약 편도 2시간이 걸리는 일정이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사이타마의 일본 시골 구경하기, 한국인에게 의미가 있는 문화유적지 방문하기로 가기 좋은 당일치기 여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