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일정]
- 오전 7시 55분 신주쿠 버스터미널 출발
- 오전 10시 30분 요시다 등산로 입구 도착(2600M)
- 오전 11시 등산 시작
- 오후 4시 30분 숙소도착(약 3300M)
- 오후 5시 저녁 식사
- 오후 6시 취침
- 다음날 오전 2시반 숙소 출발
- 다음날 오전 4시 반 정상 도착(3700M)
- 다음날 오전 4시 반~6시 반 일출 감상 및 정상 산책(기상 상황에 따라 바로 하산해야 할 수도 있음)
- 다음날 오전 10시 반 등산로 입구 도착
[1일 차]
신주쿠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지 3시간 정도 지난 무렵, 드디어 등산로 입구인 5번째 능선(5合目)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어렴풋이 구름에 반쯤 가린 후지산이 나타났다. 정상 부분이 구름에 싸여 있는 것이 약간 불안했지만, 당일 확인한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과 내일 모두 비 예보는 없었기에, 안심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조금 걷다 보니 거대한 산의 능선과 함께, 등산로의 정식 입구가 나타났다.
참고) 후지산의 정식 "입장료"는 없지만, 환경 보호비를 명분으로 1000엔을 내야 들어갈 수 있으니, 반드시 현금을 준비할 것.
등산로의 초입부터 6번째 능선까지는 계속 이런 길이 이어졌다. "후지산이 어렵지 않다고 들었는데, 진짜 쉬운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 경사면, 우리 한국 집 앞 야산 정도가 아닌가?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해발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8월 같지 않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날씨도 시원하고, 길도 편하고 아직까지는 너무나도 좋았다.
그런데 6번째 능선부터 갑자기 이런 길이 아닌 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사람이 이용한 바위가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일본에서 제일 높은 산은 그 이름값을 했다. 이후 숙소까지는 이런 암석지대와 흙길이 번갈아가며 나타났다.
조금씩 올라가다 보니 점점 구름은 나의 아래가 되고 풀과 관목들도 없어졌다. 수만 년 전의 화산활동으로 생긴 검붉은 암석들과 검은색 모래밖에 없었다. 바위가 정말 많아 등산화를 신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일부 외국인들은 여기를 단순히 운동화만 신고 오르던데,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경사도 꽤 험해져 등산로 초입과 같은 길이 그리워졌다. 그래도 힘들 때마다 뒤를 돌아보면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물론 후지산에 올랐기에 후지산은 보이지 않지만, 그 외 모든 산들이 나의 발아래였다. 일본에서 제일 높은 산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급경사에 조금 힘들긴 했지만, 잠시 쉬어 뒤를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재충전되었다.
40분 걷고 20분 쉬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 늦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8번째 능선 끝자락에 있는 후지산 호텔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가 다 되어가던 때였다. 딱 저녁시간에 맞춰 들어가, 카레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비록 즉석 카레를 전자레인지에 데운 것에 불과했지만, 거의 6시간 계속 걷던 나에게는 진수성찬이었다.
다음날 2시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10시 전에는 자야 했다. 평소보다 취침시간이 많이 빨라서, 제대로 잘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러나 등산의 피곤함과, 저녁의 포만감 덕에 7시가 되기도 전에 바로 골아떨어질 수 있었다.
[2일 차]
새벽 2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정상으로 올라갈 채비를 했다. 주변 사람들도 슬슬 일어나며 나갈 준비를 했다. 숙소에서 정상까지는 고도로는 400m 남짓, 걸리는 시간으로는 1~1시간 30분이면 올랐지만, 그것은 사람이 적을 때의 이야기이다. 모두들 후지산의 일출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정상으로 가는 길을 명절 고속도로처럼 붐비게 된다.
사진의 빛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해드 랜턴과 손전등의 빛이다. 사진에서 다 전해지지는 않지만, 저 빛의 줄이 지그재그로 정상까지 이어져 있었다. 바람을 막아줄 만한 지형지물이 없기에 바람은 무섭게 불었다. 거기다 밤이었기에 낮에 비해 더 추웠다. 이렇게 추운데 사람들의 움직임은 굼뜨고... 가만히 있으면 더 춥고... 후지산 등반에 있어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목을 들어 밤하늘을 보면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많았다. 안데스를 트래킹 할 때 본 별만큼이나 많았다.
힘들 때마다 밤하늘을 보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30분 정도 기다리자
일본에서 제일 높은 곳의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계속해서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며 보일 듯 안 보일 듯했지만, 다행히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후지산 등반에서 바로 일출을 볼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일출을 보고 나서 조금 지나지 않아 날씨는 급변했다. 정상은 갑자기 구름 속에 갇히게 되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까지는 아니었지만, 앞사람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형체만 보였다. 그리고 바람도 갑자기 거세졌다. 그날 정상 부근의 바람은 초속 20~25m(시속 90Km~110Km)였다. 조금만 움직이려고 해도 바람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심지어 정상 주변에는 안전 펜스나 난간도 없어, 떨어지면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중간중간 만난 사람들과 정상을 함께 돌기로 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크레이터 벽을 바람막이 삼아, 바람이 그치길 기다렸다. 마치 후지산이 더 이상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람이 그치기만을 기다릴 때, 자연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정상을 한 바퀴 다 돌고 내려오려고 했지만, 무리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반대방향에서 온 한 일본 아저씨가 더 이상 가기 힘들어 내려가신고 했을 때, 우리는 내려가기로 했다. 정상 한 바퀴를 못 돈 것은 아쉽지만, 일출을 볼 수 있던 것은 다행이었다.
이번에도 날씨가 매우 좋은 편이었지만, 다음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맑은 날에, 정상을 한 바퀴 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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